어쩌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덕후였을지도 몰라

이집트 보물전이 이번 주말이면 끝이 난다. 2016년 12월 20일부터 2017년 3월 말까지 30만 관람객을 달성하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은 물론 SNS와 각종 포털을 뜨겁게 달궈왔다.

인기리에 판매된 이집트 고양이 인형. (via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페이스북)[/caption] 이집트 보물전이 화제가 됐던 것에는 독특한 기념품이 한몫했다. 이집트 상형문자 모양의 모양자, 미라 관 모양의 필통, 이집트 느낌이 물씬 나는 향수병, 바스테트 고양이 인형 등등, 기념품 때문에 이집트 보물전에 간다는 사람도 많았을 정도이다. 가장 인기 있는 기념품인 향수병과 바스테트 고양이 인형은 품절된 상태로, 재입고 예정이 없다니 지금이라도 사러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고이 접어두자.

대기인원 실화입니까…?

필자는 4월 1일에 다녀왔다. 끝물이라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매표까지 40분, 그 후 입장까지 추가로 1시간 10분이 소요됐으니 이집트 보물전의 인기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람 미라, 동물 미라, 미라를 보관하는 관, 각종 조각상과 장신구 등 230여 점의 이집트 유물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전시실 안에서 은은한 조명을 받아 빛나는 미라와 관이 존재감을 뽐낸다. 향수병과 고양이 인형을 사지 못했다는 상실감을 뒤로하고 전시실을 가로질렀다. 이집트만의 독특하고 만화적인 회화와 정교한 동물 조각상을 보니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 완전 덕후같은데? 수많은 고양이 미라를 보니 덕후 중의 덕후 냥덕후이며, 아끼는 하인의 동상을 만들어 껴묻거리로 무덤까지 가져가던 풍습이며, 죽음과 영생을 찬양하는 중2적인 측면까지… 어쩌면 고대 이집트인은 덕후끼가 상당했을지도 모르겠다.

via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블로그

이집트 문명이 4대 문명으로 융성한 것에는 파피루스와 상형문자, 그리고 서기의 역할이 크다. 왕과 나라에 대한 기록을 ‘글’로 남겨두었으니, 미약하게나마 남은 그 기록들이 현대에 와서는 설정이 됐고, 설정을 바탕으로 각종 썰을 풀어내 탄생한 작품들이 가득하다. 나일강, 사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 각종 동물과 결합한 반인반수 모습의 신, 사자의 서, 미라의 저주 등 매력적인 소재가 가득하니 설정 덕후들의 심금을 울린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성공한 덕후 문명으로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이집트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살펴보자.

 

이모텝- 이모텝-

미라를 직접 눈앞에서 만났을 때 느껴지는 묘하고 쎄한, 알 수 없는 감각이란… 실물로 마주한 미라는 음산한 기운을 뿜어댔고 피라미드에 들어간 고고학자들이 느꼈을 공포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미라가 지닌 오라를 극단적으로 강조한 것이 영화 <미이라 시리즈>이다.

via 네이버 영화

1999년, 많은 이들이 종말의 공포를 느끼던 그 시기에 미라의 저주를 온 세상에 각인시킨 영화가 있으니 미이라 시리즈의 서막 <미이라>이다. 한국에서도 소년소녀들이 TV 앞에서 오들오들 떨었으니 지금까지도 미이라 하면 ‘아낙수나문’과 ‘이모텝’, 그리고 공포의 식인 풍뎅이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새싹 덕후들에게 이집트 문화 덕질의 시초를 열어준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2017년 6월 8일 개봉 예정인 <미이라>는 1999년작인 <미이라 시리즈>와는 별개의 미라 영화로, 유니버설 픽처스의 고전 괴수 영화가 형성하는 세계관인 ‘몬스터즈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한 작품이다. ‘몬스터즈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통해 미라,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을 비롯한 고전 괴수들이 현대 그래픽으로 재탄생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곧 개봉할 <미이라>는 톰 크루즈가 주연을 하며 으스스한 호러 분위기가 가득하다고 하니 또 다른 대작의 탄생을 기대 해봐도 좋겠다.

 

왕이자 신이자 국가인 파라오

애니메이션 좀 본다는 덕후들이 이집트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유희왕>이 아닐까? TCG의 본좌로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유희왕 시리즈, 그중에서도 시작을 열었던 첫 작품의 주된 소재가 이집트 문명에서 온 것들이다.

via 네이버 영화

과거 파라오이던 주인공 캐릭터 ‘어둠의 유우기’, 어둠의 게임을 발동시킬 수 있는 이집트의 보물 ‘천년 퍼즐’, 파라오를 모시던 여섯 신관, 5장을 모으면 무조건 이기는 카드로 이집트의 수호신 형상을 한 ‘엑조디아’까지. 배경은 현대이지만 이집트 문명의 소재를 상당수 녹여내며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날아오르라 이집트여

via 네이버 책

이집트를 소재로한 대표적인 순정만화 <왕가의 문장>은 고대 이집트로 타임슬립한 소녀 캐롤과 이집트의 왕 멤피스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 국내에서는 해적판인 ‘신의 아들 람세스’, ‘태양의 아들 람세스’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듯 하다. 고대 이집트 문명을 배경으로 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화로 유명하다. 1976년부터 현재까지 62권이 넘는 분량 속에서 힘겨운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하늘은 붉은 강가> 또한 비슷한 서사와 캐릭터로 구성됐다. 이집트가 아닌 이웃 나라 히타이트가 배경이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비슷한 문화권이기에 <왕가의 문장>과의 유사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연재중인 왕가의 문장과는 다르게 전 28권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관람하면서 덕질도 할 수 있는 이집트 보물전은 오는 4월 9일 일요일에 종료되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성인 13,000원, 대학생 및 청소년 11,000원, 초등학생 8,000원, 유아 5,000원이며 우리카드로 결제시 20% 할인된다. 학생이면 꼭꼭 학생증을 챙겨가자! 이집트 보물전 외에도 멋진 상설전시가 많고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익히 소문이 났으니, 이번 봄나들이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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