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 스트레이 독스, 그 사람 그 문호

요즘 SNS하는 덕후 치고 ‘문스독’을 모르면 간첩 아니겠는가? 평범한 이능력물이라고 생각하지 말지어다. 이 작품, 일본의 근현대 문학사를 빛낸 문호(문학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의 이름부터 특징까지 생생하게 현대에 되살렸다는 극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소년 ‘나카지마 아츠시’를 중심으로 한 이능력 탐정사 ‘무장탐정사’의 이야기가 세계적인 거장들의 이름을 빌려 진행된다. 뿐만이 아니다. 모티브가 되는 인물의 특징을 작중 등장인물들에게 부여함으로써 그들이 사용하는 특별한 능력에 빛을 더한다. 이름 뿐만이 아니다! 무릇 모에란 설정을 부여하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케미스트리에 의해 발생되는 것! 이번 기사에서는 문호 스트레이 독스(이하 문스독) 캐릭터들의 정체성이자 핵심인 실제 작가들에 대한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나카지마 아츠시

문스독 주인공의 모티브가 되어 준 작가, 나카지마 아츠시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 보고자 한다. 나카지마 아츠시는 1909년에 태어나 1942년에 천식으로 요절한 실존 인물로서 중국 고문학에 능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특기를 살려 중문학을 재해석해 작품화 하는 것이 능숙했으며 이러한 바탕을 통해 태어난 소설이 바로 <산월기>이다. 문스독을 이미 접해보았거나 조금이라도 들어 본 덕후라면 문스독 능력자들의 능력 대부분은 모티브가 되어 준 작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다. 이 작품 <산월기>가 바로 안타깝게 요절한 젊은 문호 나카지마 아츠시와 문스독의 나카지마 아츠시를 이어주는 통로가 된다. 나카지마 아츠시의 <산월기>는 당나라 시대 쓰여진 <인호전>을 그 나름대로 재 해석하여 쓰여진 작품이다. 뛰어난 시인이 자신의 거만함과 자존심으로 내면에 악을 키워 인간의 모습을 잃고 호랑이로 변해버린다는 점이 두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꾸준히 교과서에 인정받을 정도의 국민 작품 속, 깊은 산중 달빛 아래에 선 호랑이의 모습은 문스독에 이르러 자존감 없는 소년에게 깃든다. 오만을 멀리하고 경각심을 갖게 하는 원작의 호랑이는 고개 수그린 소년에게 동료를 지키는 힘과 스스로를 강하게 여길 수 있는 자신감이 되어준다. 여담으로 썰 하나를 더 풀고 지나가자면 나카지마 아츠시의 작품 세계에는 그 당시 식민지였던 조선, 경성의 이야기가 제법 많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국민학교 후반과 중학교를 다니게 되는데 이에 영향을 받아 쓰여진 대표작이 <순사가 있는 풍경>, <식민지 조선의 풍경> 등이 있다. 담담하고 엄숙한 문장으로 짐승이 된 인간을, 그리고 식민지 피 지배자의 국민으로서의 눈으로 그 당시를 그려낸 이 문호의 소설. 문스독의 소심한 소년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한 번 쯤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다자이 오사무

본명 츠시마 슈지,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ました)’ 의 유명한 첫 문단으로 시작하는 <인간실격>의 저자이다. 1909년에 출생하여 1948년에 애인과 함께 기모노끈으로 서로를 묶고 동반자살한다. 그의 유체가 발견 된 것은 그의 생일인 6월 19일로, 자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리다가 일평생을 약물중독에 빠져 수 없이 자살을 시도하던 그의 죽음은 어떤 소설 속 주인공보다 비극적이었다. 모티브가 되어 준 다자이 오사무의 삶이 극적이어서일까, 문스독 속의 그 남자 역시 굉장히 극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주변 사람이 못 말릴 정도의 자살 마니아, 미녀와의 동반자살을 삶의 끝으로 바라는 남자, 서서히 비틀리고, 환멸하고, 부끄러워하며, 나락의 끝에서 인간 실격을 외친다. 다자이 오사무가 말년에 자살 직전 마지막으로 탈고한 명작, <인간실격>의 주인공은 작가 본인과도 닮아있으며 작가 본인의 이름을 빌어 숨쉬고 있는 그 남자와도 닮아있다. 다만 인간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 이야기 하며 죽어간 두 사람과는 달리, 문스독의 그는 수없이 죽음을 향해 몸을 던지면서도 또 한편 ‘인간실격’을 외치며 살아가기에 많은 독자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카하라 츄야

분위기를 전환해서 마지막으로 작품 속 세력 중 하나인 포트 마피아의 등장인물과 그의 모티브가 되어 준 시인 한 명만 짚어보고 글을 마치도록 하려 한다. 1907년에 태어나 1937년, 30세의 나이로 요절한 시인 나카하라 츄야는 일본 모더니즘 시인 중 하나로 상실과 사랑, 행복을 노래하는 시를 지었다. 일상의 언어로 허무를 짓고 아름다운 시구로 추억을 노래했으나 그의 인생 역시 그 시대의 여타 문인들처럼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귀한 아들로 태어나 극진한 사랑을 받았지만 불안한 심리상태를 지녀 청소년기가 순탄치 않았다. 도쿄에 상경하여 시인으로서는 성공했을지언정 도움을 준 이에게 연인을 빼앗긴다. 우울과 권태의 싯구를 짓던 중 선천적인 신경쇠약이 도져 귀향하였으며 이후 2년 여만에 급사한 비운의 시인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문스독의 그 남자와는 굉장히 다른 인생을 살고 떠나간 시인, 나카하라 츄야의 대표작은 <산양의 노래>이다. 이때 시인과 동명 이인이자 이능력자인 그의 능력 ‘더럽혀져버린 슬픔에(汚れつちまつた悲しみに(よごれつちまつたかなしみに)’의 구절이 바로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시간을 초월하여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물인 ‘다자이 오사무’ 와의 악연이다. 작품 문스독 내에서 등장하는 기믹 중 독특하게 저장해 둔 연락처명(!)이 실존 인물 두 명이 서로를 부르던 별명이라 하니 말 다했다. 이 외에도 시인 본인이 까만 모자를 즐겨 썼다는 설정이나 시인의 키가 150cm대 였기에 문스독의 그 역시 신장 보정을 받았다는 설 등 비교해 볼 만한 요소가 쏠쏠하다.

 

(via 삐리리불어봐재규어 중)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일본의 작가 에도가와 란포, 후쿠자와 유키치 외에도 외국의 걸출한 문호들도 작품 내에 다수 등장한다. 크툴루 신화의 아버지 러브크래프트, 공포 소설의 대가 에드거 앨런 포, 탐정 소설의 대모 아가사 크리스티 등 이름만 들어도 눈이 번쩍 뜨이는 그들이 현대의 이능력자로 다시 태어났으니 해당 작가들의 팬이라면 공통점과 차이점 찾기가 더욱 즐거우리라고 생각한다. 시대를 넘고 공간을 넘어 한 인물이 또 다른 인물이 된다. 모티브가 가지고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자 두 세계를 모두 아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주전부리 간식이기도 하다.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욱 애착이 간다. 필자가 장담하건데 한 번 찾아보기 시작하면 무의식중에 또 다시 웹사이트를 뒤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소개해 드린 세 인물 외의 인물들도 각각 즐거운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으니 최애의 전생을 들여다보는 마음으로 실존인물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같은 점도 있을 수 있으며 다른 점 또한 있겠지만 두 인물이 공유하는 것들로 인해 작품과 팬들의 마음이 동시에 풍성해지니 이 또한 어찌 아니 즐거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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