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덕후들의 영원한 센세, 알폰스 무하

흐르는 듯 아름답고 유연한 선, 금방이라도 피어날 듯 섬세한 꽃무늬, 우아한 드레스를 걸친 여인의 긴 실루엣으로 대표되는 예술 양식이 있다. 새로운 예술(Art Nouveau)을 추구하던 그 당시 예술가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이 양식은 곧 고급과 저급, 순수와 응용의 경계를 넘어 전 미술 분야를 아우르기 시작했다. 순수 회화, 가구, 공예, 건축, 옷감과 책,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사용되지 않은 곳이 없었던 이 양식을 대표하는 화가가 있었으니, 바로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로 불리는 ‘알폰스 무하’ 이다.

 

겨울의 아침은 쉬이 밝아오지 않더라 (feat. 아침 10시의 한가람 미술관)

알폰스 무하 전이 2016년 12월 3일부터 2017년 3월 5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다. 2013년도에 열려 뭇 디자이너들과 그의 양식을 사랑하는 덕후들의 심금을 울리고 폭풍처럼 지나간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전시회이다. 당대의 수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무하의 작품은 꽃, 곡선, 여성으로 대표되는 아르누보 양식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래픽 디자인 툴 조차 없었던 시대에 저런 문양을 어떻게 일일이 손으로 다 그렸을까 놀라움부터 나올 정도로 섬세한 장식 문양 역시 알폰스 무하를 대표하는 양식이 되겠다. 그래서? 꼭 작품을 보러 머나먼 예술의 전당까지 가야겠냐 묻는 분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예쁜 건 인정하더라도 무하 작품은 인터넷에 검색해도 다 나오니 말 다했다. 허나 그런 당신을 위해 기자가 직접 무하전에 다녀왔으니, 기대하시라. 귀찮은 당신을 바로 일으켜 세울 알폰스 무하전 관람 욕구 뽐뿌 기사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출처 : 구글 검색)

모든 예술 작품이 그러하지만 작품은 실물 크기로 보아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특히나 알폰스 무하의 작품은 우리에게 알려진 대다수의 작품이 ‘석판화+채색’ 양식을 채택하고 있는, 이른바 프린트 물이기에 실물 사이즈 관람을 더욱 더 권장한다. 무하의 작품이 프린트 물이라니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냐 물으실 것 같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알폰스 무하가 어떠한 그림을 그렸고 아르누보 양식이 어떠한 환경 속에서 진화했는지 먼저 설명 할 필요가 있다. 청년 무하는 삽화가였다. 체코에서 태어난 젊은 예술가는 그 당시 재능 있는 자라면 으레 그러하듯 예술의 도시 파리로 흘러 들어갔다. 허나 미술부터 음악,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모이는 거리는 어린 예술가에게 호락호락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삽화가 일과 미술 수업을 병행하던 젊은 무하의 경력에 큰 전환점을 가져온 사건이 있었으니, 그를 파리의 제일가는 포스터 디자이너이자 아르누보 예술가로 만들어 준 작품 연극 <지스몽다>의 포스터 제작 의뢰였다.

(출처 : 구글 검색)

무하의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단순한 프린트 물이었던 포스터의 패러다임이 급변했다. <지스몽다> 이후로 파리지앵들의 폭발적인 성원에 힘입어 해당 극단과 6년 전속 계약을 맺은 무하는 연달아 <카멜리아>, <로렌차초> 등의 대형 연극 포스터를 발표했다. 그의 작품은 인쇄되어 길거리에 걸리는 족족 열성 팬이 밤시간을 틈타 포스터를 떼어가는 소동을 일으킬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연극 포스터 디자인으로 성공하여 이름을 널리 알린 무하는 곧이어 과자, 향수는 물론 종이 담배와 술 등 기성품을 광고하는 작품을 그렸다. 인쇄와 대량생산이 주가 되었기에 그의 작품은 석판화로 찍어 낸 검은 선화에 채색을 입힌 스타일로 통일 되었으며 우리가 익히 아는 무하 스타일이 되었다. 선화에 채색이라니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작업양식 아닌가? 쓰는 도구만 다를 뿐이지 현대의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가 작업하는 방식과 다를 것이 없다. 여기서 필자가 관람을 적극 추천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꺼내본다. 당신이 덕후라면, 특히 연성을 하는 덕후라면 실물 사이즈로 제작 된 무하의 기법을 유리 한 장 너머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된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장식 예술로 유명한 아르누보 기법을 적용한 그 시대의 셀 채색 존잘님의 작품이다. 유려하게 그려낸 꽃 장식과 섬세한 옷 주름, 여성의 당당한 아름다움이 다른 기법도 아니고 석판화로 찍어낸 선화 작업 방식으로 표현 되어 있다. 2m를 훌쩍 넘긴 대형 포스터 앞에 잠시 서서 빼곡한 장식에 둘러싸인 여성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정통 방식의 회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되려 이 시대와 가까워 기묘함마저 느껴지는 모던 그래픽의 극치에 덕후 혼 어딘가가 짜르르하게 공명하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좌 – CIEL 13권 표지, 우- 카드캡터 사쿠라 크로우카드 (출처 : 대원 씨아이 홈페이지, 구글 검색)

게다가 이번 전시회에는 독특하게도 무하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현대 예술이 함께 전시된다. 총 6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 공간은 각각 무하 작품 스타일의 태동, 무하의 작품관과 아르누보적 풍토에서 자라나 건축과 보석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무하 스타일의 끝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이 중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이 전시회 가장 끝에 자리잡은 ‘무하 스타일’ 이후의 이야기 섹션이다. 무하의 영향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만화가를 다루며 무하 스타일의 계승을 논한다. 해당 섹션에 소개 된 한국 작가로는 <LOST SEVEN>, <스티그마타~적련의 성자~> 시리즈의 고야성 작가, 섬세하고 유려한 그림체로 호평 받았던 다음 웹툰 <창백한 말>의 추혜연 작가, 한국 순정만화 계의 대표주자 <CIEL>의 임주연 작가가 소개되었으며, 일본 작가로는 <로도스도 전기>의 이츠부치 유타카, <엑스(X)>, <클로버>, <XXX홀릭> 등 다수의 화제작을 내 놓은 클램프가 소개되었다.

로도스도 전기 – 디드리트(출처 : 구글 검색)

<창백한 말>과 <로도스도 전기> 는 일러스트 작업 과정을 상세히 담아 구상부터 스케치, 색을 입혀 완성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전시해두었다. 아르누보 스타일이 적용되는 과정은 물론 전문 작가의 작업 스타일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해당 작품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마지막 섹션에 유의하여 관람해 보는 것도 좋겠다. 아르누보 스타일이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로 대표되는 만큼 각 작품의 표지와 만화 작업은 물론 스케치와 선화 등 전시 된 작품 전반의 스타일이 유려하고 아름답다. 특히 덕후적인 감각으로 재 탄생 된 현대적 아르누보의 대표격이기에 아르누보 화풍을 좋아하거나 해당 스타일을 연구해 볼 생각이 있다면 섹션 6의 전시가 도움이 될 것이다.

a.k.a 지갑털이범

마지막으로 이것만을 노리고 전시회에 간다고 해도 무방한 알폰스 무하 전 굿즈 정보를 전해드리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린다. 인쇄 미술 대가의 전시회여서 그런지 전반적인 굿즈 퀄리티가 상당하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거나 개인적으로 아르누보 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도록 혹은 도록보다 가벼운 알폰스 무하 전 전시 기념 특별 출판물을 구매해 보는 것이 좋겠다. 또한 무하의 작품을 기반으로 제작 된 컬러링 북과 클리어파일, 자석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팬시부터 스카프와 머그, 우산 등의 무하 풍 생활 용품도 구비되어있으니 취향 것 살펴보고 구매하시길 권한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강력 추천하는 굿즈는 엽서와 책갈피 등의 종이 인쇄물들이다. 재질도 재질이지만 다른 굿즈들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임에도 무하 작품 한 폭을 축소 된 사이즈로나마 소장하게 된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한 번 강조하기는 했지만 작가가 인쇄물을 주로 작업했기에 다른 굿즈보다 작품의 특성이 단연 도드라져 보이는 것도 한몫 한다. 전시회에 가시거들랑 망설임 없이 하나쯤은 질러 오시길 바란다.

(출처 : 만화 슬램덩크 중)

내년 3월까지라고 생각하고 넉넉하니까 괜찮아, 라고 방심하면 2013년에 열차 놓치고서야 땅을 쳤던 필자 꼴이 난다. 두 번 왔으니 세 번도 오리라는 보장이 없다. 유려하고 장식적인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당신이 연성러이던 소비러이던 정말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제는 후대의 예술가에게 내리 영감을 실천하고 있는 알폰스 무하의 전시전이다. 주름, 꽃, 장식, 여성. 아름다운 것을 보다 아름답게, 누구 하나만의 예술 작품이 아닌 모두의 예술작품을 표방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를 당신 역시 느껴보길 바란다.

▶ 전시 정보?http://alphonsemucha.modoo.at/?link=2hjy9f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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