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덕후로의 길, XX버스(verse) 한 상 차림

— 연성해주세요! 존잘님!

세상에는 수 많은 취미가 존재한다. 스포츠, 미식, 수공예,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즐기고 소비하는 모습을 보통 취미 생활을 한다고 정의한다. 팍팍한 세상을 즐기기 위한 보상이기도 한 취미 정도는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며 많은 것이 바뀌고 세상은 취미의 극한 영역, 취미 계의 하드 유저 축에 드는 사람을 ‘덕후’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즐기는 일부 서브 컬쳐 소비자들을 이르던 단어였던 ‘덕후’는 이전부터 널리 쓰이던 ‘마니아’와 뜻을 같이하며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렇다면 마니아와 덕후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전에 존재했던 마니아는 보통 기존에 있던 것을 소유하거나 공유하는 데서 만족하는 것을 주로 하는 1차 소비자의 성격이 더 강하다. 마니아와는 다르게 덕후는 소비를 하면 무언가 뱉어낸다. 파고들고 소비해서 2차 창작물을 만든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리뷰, 제작기, 팬아트 등 1차적인 장르를 소비한 뒤 생산하는 2차적인 무언가는 모두 어엿한 한 덕후의 창작물이다. 덕후란 그러하다. 하드코어 팬, 일정한 범위를 통달한 마스터, 같은 취미를 가진 집단에 소속 되었다는 소비자라는 특징과 함께 일단 덕질을 시작하면 뭐든 만들어낸다는 창조자의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는 새로운 집단이다.

 

창작하는 당신에게

(출처 : 구글 검색)

아닌데? 난 소비만 하는데? 라고 생각한 당신, 잘 생각해보자. SNS에 풀었던 썰 한 문단, 끄적거린 낙서 한 번, 최애를 테마로 제작한 수공예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캐, 내 가수의 레전드 무대를 찍은 사진까지 전부 당신의 손 안에서 태어난 창작물이다. 창작자라는 것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차 창작물이 창작물이듯 2차 창작물 역시 창작물이다. 2차 창작이 거의 필수로 따라오는 덕질을 하는 이상 덕후란 소비자와 창작자 사이 어디쯤 사이에 있는 신묘한 혼종이 될 수 밖에 없다. 창작을 하는 당신이라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으리라 장담한다. 오늘도 무언가를 해 보고 싶은데 소재가 없다. 실은 꽤 많지만 직접 찾아 다니려니 시간이 없고 맨 땅에 헤딩을 하려니 막막하다. 소비만 하면 참 좋은데 차오르는 덕심을 충족하려면 역시 창작이 딱이구나 싶어지는 그런 때를 말하는 것이다. 이럴 때 누가 소재 하나 맛나게 요리해서 입 속까지 배달해주면 좋겠다 싶은 당신을 위한 코너가 여기 있다. XX버스란 대체 무엇이길래 종류도 이렇게 많고 법칙도 많을까? 마법소녀물로 뭐든 해보고 싶은데 참고할 만한 게 없을까? 그래서 드래곤이 무슨 생물이라는 걸까?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당신을 위해 필자가 야심차게 한 상 차림을 준비해 보았다.

 

그래서, 버스(verse)가 뭐라고요?

(출처 : 구글 검색)

덕계를 돌다 보면 가끔 ‘XX버스’시리즈가 보인다. 내 탐라의 뫄뫄님의 자캐커플 연성에도, 저 건너 놔놔 존잘님의 보배로운 아트에도, 그 건너 건너 솨솨님도 한창 이 얘기 중이다. 돌아다니는 이야기로 대강 알아차렸다 싶더니 이번에는 ‘00버스’가 등장한다. 일단 버스 시리즈란 일정한 법칙을 가지고 있는 인물 중심의 특수한 세계관임을 알고 가시면 되겠다. 이어질 설명이 너무 장황하다 싶은 당신이라면 영어 단어로 우주, 세계를 뜻하는 ‘Universe’를 기억하자. 앞 부분의 ‘uni’ 부분에 그 세계관의 특징이 되는 단어가 들어가고 뒤에 ‘verse’가 붙은 소재들을 통틀어 버스 시리즈라 한다. 버스(verse) 시리즈만큼 종류도 법칙도 다양한 소재가 없다. 버스 시리즈만큼 매력적이며 2차 창작에 딱 맞는 확장성까지 갖춘 소재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다양하며 확장성이 넓다는 특징은 버스 시리즈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워낙 법칙과 룰이 방대하다 보니 다른 사람 연성을 보고 있노라면 한 번쯤 내 연성에도 쓰고 싶지만 섣불리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나 좋자고 연성하는 건데 펜 부여잡고 공부부터 해야 할 판이다. 버스 소재 창작 가이드 전에 이 소재, 왜 이렇게 막연하게 느껴질까, 버스 시리즈의 탄생 과정에 대한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단어 뒤에 꼭 ‘~버스’를 붙이는 이유만 알고 있다면 기존의 버스 시리즈를 사용하는 것부터 직접 버스 시리즈를 창작하는 것까지 다이렉트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via 구글검색

이 시리즈의 기원은 드라마 ‘슈퍼 내추럴’의 팬덤에서 유래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버스 시리즈 이전에도 수 많은 창작 세계관이 있었지만 세계관에 일정한 법칙을 부여하고 ‘~버스’를 붙이는 패턴이 바로 이 팬덤의 레전드 연성에서부터 시작했다. 이때 우리가 알고 있는 버스 시리즈의 시조새 격인 세계관이 등장했으니, 바로 그 유명한 ‘오메가버스’ 세계관이다.(이쪽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단, 전문이 영어로 되어 있으니 열람 시 참고하시길 바란다) 오메가버스와 버스 시리즈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맨 처음 오메가버스가 생겨날 당시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 세계관을 정립하지 않고 유행과 필요에 의해 탄생한 장르라는 특이점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오메가버스는 시초가 된 소설의 설정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며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여러 버전들을 통합할 필요성을 느낀 덕후들의 노력으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관이 패턴화 된 것이다. 세계관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세계를 정의하고, 인물들에게 특수한 성질을 부여한다’는 법칙과 함께 ‘~버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오메가버스의 모습이다.

 

버스 시리즈의 라인업

via 구글검색

요는 ‘특수한 소재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이 바로 버스 시리즈의 정체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 볼 점은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법칙’과 ‘특수 소재’이다. 단기적으로는 당신이 기존 버스 세계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나아가서는 직접 버스 세계관을 창작 할 수 있는 본 기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먼저 기존 버스 시리즈를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살펴볼 세계관은 오메가버스이다. 동성 임신이 가능한 세계를 기반으로 일정 시기마다 강제적으로 발동되는 섹스 어필(히트사이클), 성 역할에 따라 구분되는 인류(알파/베타/오메가)라는 설정을 가미한 에로틱한 계층구조가 만들어내는 시너지의 파괴력을 수많은 명작으로 익히 만나본 적이 있을?것이다. 굉장히 수위가 높은 세계관이라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며, 이후 생성되는 수많은 버스 시리즈에 영향을 주었다. ‘소울 메이트’, 즉 운명의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마일드한 설정의 버스 시리즈로는 네임버스와 컬러버스가 유명하다. 각각 운명적인 상대방과의 특별한 결합이 인물에게 특정한 영향을 끼친다는 세계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 네임버스는 ‘몸 어딘가의 이름이나 문장, 어구가 새겨지는’, 컬러버스는 ‘색맹에서 색을 얻는’ 등의 형식으로 표현된다. 한국의 유명한 버스 시리즈로는 트위터 유저(@Rune_communicat)가 제작하여 배포한 케이크버스를 들 수 있다. 미맹이 되는 인간과 그 인간의 먹이가 되는 인간이 주가 되는 세계관에서 ‘맛을 잃은 사람(포크)’와 ‘포크에게만 케이크처럼 달콤한 인간(케이크)’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원작자의 트위터 링크를 첨부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이 외에도 버스 시리즈는 종류 자체가 굉장히 다양하고 창작자의 가감이 들어가는 만큼 버전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지면이 협소하여 전부 다루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아쉬울 정도이다.

via 영화 킹스맨

외국에서 건너오거나 대략의 법칙이 생기기 전 까지 제작되어 팬덤에 퍼진 버스 세계관은 창작자 불명인 경우가 많다. 허나 최근 2~3년간 퍼지기 시작한 버스 시리즈는 창작자가 임의의 세계관을 작성하고 배포하며 출처를 대부분 찾아낼 수 있다. 버스 시리즈를 사용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1차 제작자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업적인 용도이던 비상업적 용도이던 해당 시리즈를 사용하기 전에는 원작자가 허용한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숙지해야 한다. 나의 창작 뿐 아니라 타인의 창작을 존중할 줄 아는 이 시대의 젠틀한 덕후가 되자.

via JTBC 비정상회담 중

첫 번째 창작노트, 버스 시리즈를 소개해보았다. 정성껏 혼을 불태워 쓴 필자의 ‘존잘님 연성해주세요!’ 가 무사히 당신에게 닿았을는지 모르겠다. 다음 당신의 창작노트에 무엇이 적히길 바라는지? 댓글로 필자에게 알려주신다면 여러분의 연성 요정이 열심히 자료를 수집해 와 멋들어진 한 상 차림을 대접하고자 한다. 연성하는 당신에게! 더 많은 소재와 알찬 자료들을 소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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